[메디칼럼] ‘치매’ 레이건 전 대통령의 소중한 유산 /박지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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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럼] ‘치매’ 레이건 전 대통령의 소중한 유산 /박지욱

창녕장복 0 1016
1994년 5월 미국의 전직 대통령인 로널드 레이건은 국민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자신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렸다고 고백했다. 흔히 치매라고 알고 있는 알츠하이머병은 불치병이므로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그의 공과(功過)를 떠나 미국민은 물론이고 세계인들이 그의 회복을 기원했고 가족에겐 위로를 전했다. 10년 후인 2004년에 세상을 레이건은 세상을 떠났는데, 이때 우리에게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인식 전환이라는 소중한 유산을 남겼다.

   
 

 

198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었을 때 레이건은 69세로 미국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 당선인이었다. 사람들은 고령의 레이건이 미국 대통령의 격무를 잘 견뎌낼 강인함이 있을까, 앞으로 정신적 육체적 온전함에 문제라도 오면 어쩌나 염려했다. 이미 가족 중에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있었던 레이건은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재임 중에 혹시라도 치매 증상이 나타나면 곧바로 자진 사임하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런 일은 없었다. 저격 미수, 피부와 대장에 생긴 암, 그리고 수술까지 받았지만 재선에도 성공해 8년 임기를 다 채우고 백악관을 떠났다. 퇴임 후에도 적극적인 대외 활동을 했고, 6년이 지난 83세에 치매에 걸린 사실을 국민에게 고백했다. 


사실 레이건은 재임 중에도 치매 논란이 없지 않았다. 잦은 건망증과 말실수는 출입 기자들에게 뒷담화의 소재가 되었다.

정적들은 대통령의 정신 건강이 걱정된다며 공격했다. 아니나 다를까 레이건의 고백은 치매가 훨씬 더 오래전에, 심지어는 재임 중에도 시작되었다는 논란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되었다. 일부 연구자는 대통령의 과거 연설 영상을 분석해 부정확한 어휘 사용, 같은 이야기 반복, 느린 연설 속도 등등이 바로 치매의 조기 소견이라는 의견까지 내놓았다.

그렇다면 이 모든 논란과 억측이 일어날 것을 모를 리 없는 레이건은 왜 자신의 치부를 만천하에 공개했을까?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불러일으키고 싶다고, 그래서 많은 이가 빨리 정확한 진단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기를 원해서였단다.

역사적으로 보면 미국 대통령의 병이 국민적 관심을 모아 의학 발전에 큰 기폭제가 된 경우가 없지 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폴리오(소아마비) 때문에 하반신 마비가 된 장애인이었다. 대통령에 당선된 후 국민적 관심에 힘입어 폴리오 퇴치 운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했고 그 결과 미국 땅에서 최초의 폴리오 예방 주사가 만들어졌다. 물론 지금도 우리 아이들이 그 주사를 맞고 있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재임 중에 심장마비로 쓰러졌다. 간신히 목숨을 건진 후에는 와파린이라는 신약을 먹었다. 와파린은 원래 쥐약으로 썼던 약이라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거부감이 컸는데 대통령이 먹기 시작하자 약효에 대한 신뢰감이 생겨 처방이 활성화되었다.

대통령뿐만 아니라 영부인들도 일조를 했다. 포드 대통령의 부인 베티와 레이건 대통령의 부인 낸시 여사는 유방암에 걸린 사실을 용감하게 공개했다. 유방암에 대한 관심이 드높아져 많은 여성이 유방암 검진에 나섰다.

레이건은 고별 편지에서 자신을 선택해 대통령으로 일하게 해준 국민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남겼다. 아마 그 고마움 때문에 죽으면서 묻어갈 수도 있는 내밀한 비밀을 용감하게 고백한 것으로 보인다.

   
 

그 덕분에 당시까지만 해도 생소한 질병이었던 알츠하이머병은 대중의 뇌리에 깊이 새겨졌다. 누구라도 건망증이 생기면 병원으로 와서 치매에 걸린 것은 아닌지 확인해달라고 묻는 경우가 비일비재할 정도로 말이다. 물론 그중에는 치매로 진단되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 더 많은 경우에는 다른 병을 찾게 되어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게 된다. 그러므로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특효법이 없는 현실에서 치료 가능한 치매를 찾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이렇게 레이건의 마지막 소망이 작은 기적을 만들고 있다.

박지욱신경과 전문의



출처: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1700&key=20181001.22029007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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